정신이 음악처럼 흐르는 사람들에게는 현실이 무거운 것이 아니다.
- 황현산

황현산 선생님의 위 문장은 제게 특별한 의미로 남아있습니다. 방황하던 대학시절, 선생님의 저서 <밤이 선생이다>를 읽으며 이 문장을 마주하고 마음 줄 곳을 찾았으니까요. 그 후로 삶의 리듬을 잃을 때마다, 저는 음악 속으로 도피하듯 찾아들었습니다. 음악은 제 마음을 다잡아주는 소중한 위안이 되어주었죠.

하지만 음악이라는 '마음 줄 곳'에 기대면서 때로는 취약해지기도 했습니다. 연주가 끝나면 사라지고 마는 시간예술로서의 음악의 본질에 깊은 슬픔을 느끼기도 했죠. 돌이켜보면 이런 슬픔은 다른 마음 줄 곳 없이 오직 음악에만 의존했기에 생겨난 집착과 취약함이었습니다. 하나의 세계에만 과도하게 몰입하는 것은 때로 저를 더 위태롭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클래식과 거리두기'를 다짐하기도 했었지요.

취약했던 20대를 떠나보내며 다짐했습니다. 하나의 세계에 집착하기보다, 다양한 '마음 줄 곳'들을 발견하고 가꾸며 살아가겠다고 말입니다. 그런 시간들을 통과하며 저는 황현산 선생님의 경구를 조금 다르게 품게 되었습니다.

'정신이 음악처럼 흐르는' 것은 자유롭고 아름답지만,
'정신에 음악만 흐르는' 것은 숨 막히는 일일 수 있다.

진정한 자유는 다양한 마음 줄 곳이 조화와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찾아오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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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음악처럼 흐르는 사람에게는 현실이 무거운 것이 아니다 (황현산)

방황하던 시절 음악이라는 '마음 줄 곳'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애정과 집착 사이에서 길을 잃기도 했죠. 다양한 울림 속에서 진정한 자유와 균형을 찾아가는 여정에 대한 기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