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eking Wisdom'의 지혜를 탐색하는 여정, 세 번째 이야기입니다. 지난 글에서는 무엇이 우리의 행동을 이끌고 강화하는지, 환경과 보상의 힘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이번에는 수백만 년 동안 새겨진 본능들이 '나답게' 살아가려는 우리의 노력과 어떻게 만나고 때로는 충돌하는지를 책의 3장 "생존과 번식을 위한 적응 행동"을 통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우리는 왜 안정적인 관계 속에서 비로소 편안한 나를 찾게 될까요? 예측 불가능한 세상과 타인의 반응 앞에서 어떻게 나만의 기준을 지켜나갈 수 있을까요? 불쑥 찾아오는 두려움 앞에서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으려면 무엇을 알아야 할까요? 이 장을 읽으며, '가장 나답게' 살아가기 위한 여정의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 있는 생각들을 만났습니다. 신뢰가 만드는 안온한 공간, 나를 지키는 최소한의 원칙, 두려움의 실체와 그것을 다스리는 법, 그리고 관계의 이면을 읽는 눈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어 보겠습니다.
나다움을 가능하게 하는 것: 반복과 신뢰에서 싹트는 관계
<Seeking Wisdom>은 먼저 우리 행동의 뿌리가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자기 이익' 추구에 있음을 짚어줍니다. 자연선택의 관점에서 보면 지극히 당연한 본능이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각자 자신의 이익만 좇다 보면 (’죄수의 딜레마’처럼) 결국 모두에게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혼자서는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어려운 이 딜레마 앞에서 '협력'의 필요성이 고개를 듭니다. 그리고 그 협력을 가능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열쇠가 바로 '신뢰'입니다.
그렇다면 이 중요한 신뢰는 어떻게 쌓아갈 수 있을까요? 책에 따르면, 신뢰는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인 만남’과 ‘소통’을 통해 서서히 구축됩니다. 반복적인 소통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저 사람은 믿을 만하다'는 마음이 생길 때, 우리는 비로소 안심하고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협력하게 됩니다.
어쩌면 우리가 관계나 커뮤니티를 갈망하는 이유도 바로 이 반복되는 만남 속에서 싹트는 신뢰와 안정감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반복되는 관계 속에서 우리는 '저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까', '이번 한 번의 만남으로 나를 증명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나 안온함을 느낍니다. 구태여 애쓰며 자아를 연출할 필요 없이,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서로를 마주할 수 있는 시간.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관계 속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 아닐까요.
신사는 언제나 자신의 최저수준을 지킨다
그렇다면 관계 속에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지혜로울까요? 책은 'TIT-FOR-TAT'이라는 흥미로운 전략을 소개합니다. 처음엔 무조건 잘해주고, 다음부터는 상대가 한 대로 갚아주되(협력엔 협력, 배신엔 보복), 잘못을 해도 딱 한 번만 되갚고 다음엔 바로 용서해 주는 방식이죠. 상당히 현실적이면서도 효과적인 전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을 읽으며 저는 조금 다른 저만의 원칙을 떠올렸습니다. "신사는 언제나 자신의 최저수준을 지킨다"는 것입니다. 상대방이 무례하게 군다고 해서 저까지 똑같이 행동하기보다, 제가 생각하는 최소한의 예의와 선의는 지키려 노력하는 태도입니다. 케빈 켈리의 "사람들이 나쁜 만큼 나쁘게 대하지 말고 당신이 선한 만큼 선하게 대하라"는 말과도 통하는 면이 있습니다. (무례한 낯선 사람을 정중히 대하는 것, 꽤나 짜릿한 일이더라구요!) TIT-FOR-TAT이 상황에 따른 유연한 대응이라면, 제 방식은 제 안의 가치와 기준을 지키려는 노력에 더 가깝습니다.
두려움의 실체: 해석과 통제의 문제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두려움을 느낍니다. 책은 이 두려움 역시 생존을 위한 진화의 산물이지만, 그 강도는 실제 위협의 크기보다 '내가 그 위협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통제할 수 있다고 느끼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고 말합니다. 이 부분은 제 화두와 맞닿아 더욱 흥미로웠습니다.
결국 두려움은 외부 상황 자체라기보다 내 안의 해석과 인식의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이죠. 더 나아가 우리의 뇌는 경험을 통해 계속해서 변화하기 때문에, 의식적인 노력과 경험을 통해 두려움에 대한 해석을 바꾸고 통제력을 높여갈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합니다. 제가 운동을 통해 몸과 마음의 통제력을 키우려 노력하거나, ‘나만의 서사’를 쓰려 애쓰는 것도 어쩌면 두려움을 다스리려는 본능적인 시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관계를 읽는 눈: 상대가 잃을 것은 무엇인가?
'나답게' 살아가려면, 관계의 다양한 결을 이해하는 눈 또한 필요한 것 같습니다. <Seeking Wisdom>은 흥미로운 비유를 통해 그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다시 볼 일 없는 고속도로 정비소와 단골이 될 수 있는 동네 정비소 중 어디가 더 정직할 가능성이 높을까요? 한번 보고 말 고속도로 정비소와 달리, 평판과 미래의 단골을 신경 써야 하는 동네 정비소는 아무래도 더 정직하게 행동할 유인이 크겠지요.
여기서 핵심은 '상대방이 이 관계에서 잃을 것이 있는가?' 를 헤아려보는 것입니다. 잃을 것이 많은 상대와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력을 기대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은 상대에게는 같은 기대를 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 관점은 단순히 상대를 예측하는 것을 넘어, 불필요한 실망이나 상처로부터 나 자신을 보호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마무리하며
<Seeking Wisdom> 3장이 던지는 여러 생각들은 '어떻게 모든 순간을 가장 나답게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질문으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반복되는 만남 속에서 신뢰를 쌓아갈 때, 우리는 비로소 타인의 시선이나 증명의 부담감에서 벗어나 안온한 '나다움'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또한, 외부 상황에 휘둘리기보다 '신사의 최저수준' 같은 나만의 기준을 지키려는 노력은 어떤 순간에도 나 자신을 잃지 않고 중심을 잡아가도록 돕는 단단한 축이 되어줍니다. 나아가 두려움이라는 강렬한 본능조차 결국 나의 해석과 통제 아래 있음을 이해할 때 우리는 감정에 압도되지 않고 보다 온전한 나로서 상황을 마주할 힘을 얻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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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을 가장 나답게: 관계와 두려움 속에서 중심 잡기 ('Seeking Wisdom' 1부 3장)
모든 순간을 가장 나답게. 반복되는 만남이 주는 신뢰, 나만의 기준을 지키는 법, 두려움을 해석하고 통제하는 지혜를 통해 모든 순간을 가장 나답게 살아가는 법을 고민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