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eking Wisdom'의 지혜를 탐색하는 여정, 그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지난 글에서는 유전자와 환경, 경험이 상호작용하며 우리 뇌가 환경과 경험 속에서 얼마나 유연하게 변화하는지, 이를 통해 스스로를 변화시킬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오늘은 진화가 우리의 행동 패턴과 학습 방식을 어떻게 설계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환경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책의 두 번째 장을 바탕으로 이야기 나눠보려 합니다.
무엇이 우리를 움직이는가: 쾌락과 고통, 그리고 강화
우리는 왜 어떤 행동은 반복하고 어떤 행동은 피하게 될까요? 책은 진화가 우리에게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결정을 내리도록 돕는 안내 시스템을 마련했다고 설명합니다. 그 핵심에는 '쾌락'과 '고통'이라는 원초적인 감정이 있습니다. 생존과 번식에 도움이 되는 행동은 즐겁거나 보상적으로 느껴지도록, 반대로 해가 되는 행동은 고통스럽거나 처벌적으로 느껴지도록 진화해왔다는 것이죠.
특히 흥미로운 점은 이런 감정이 단순한 반응을 넘어 '학습'과 '강화'로 이어진다는 사실입니다. 어떤 행동을 했을 때 긍정적인 결과를 경험하면, 그 행동과 관련된 뇌의 신경 연결은 더욱 강해집니다. 운동을 통해 변화를 경험하면서 운동을 계속하게 되는 것처럼요.
이 과정은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의 근간을 이룹니다. 책의 표현처럼 "본질적으로 오늘 우리가 하는 일은 과거에 효과가 있었던 것의 함수" 인 셈입니다. 우리는 경험의 결과로부터 배우고, 즐거움을 주었던 것을 다시 찾으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처럼 경험의 결과가 행동의 빈도를 바꾸는 현상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조건화(conditioning)'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어떤 행동을 했을 때 특정한 결과(기분 좋은 보상이나 불쾌한 결과)가 뒤따른다는 '연결 고리'가 학습되면서, 우리 안에 특정 반응 패턴이 자리 잡게 되는 것이죠. (조건화는 제가 오랫동안 흥미롭게 탐구해온 화두이기도 합니다. 종종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기에 좋은 경험을 만들어가고 쌓아가기 위한 노력을 의식적으로 해야 합니다. 순간의 즐거움을 주는 경험이라도 장기적으로 해가 된다면 경계해야 하구요. '재미 삼아 한 번'이라는 생각이 때로는 치명적 수 있습니다. 한번 그릇된 쾌락에 맛을 들이면, 당장은 지루할지라도 올바른 길인 '정수(正手)'를 지켜나가기 힘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이창호 9단의 말처럼, "줄기차게 이기지 않으면 우승할 수 없고 줄기차게 이기려면 괴롭지만 정수가 최선"일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머리로는 '정수'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현실의 저는 종종 다른 선택을 하곤 합니다. 무심코 인스타그램 피드를 새로고침하며 새로운 정보나 자극이라는 '쾌락'에 기대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 뒤에 찾아올 주의력·집중력 저하나 시간 허비라는 고통을 알면서도 즉각적인 보상의 유혹에 이끌려 그 행동을 반복하도록 스스로를 '강화'시키고 마는 것이죠.
결국 어떤 행동을 반복하여 내 삶의 일부로 만들 것인가, 즉 어떤 신경 연결을 '강화'시킬 것인가 하는 선택 앞에서는 매 순간 깨어있는 의식적인 선택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성공의 조건: 환경이라는 무대
한편, 무엇이 '효과적인 행동'이고 '보상적인 경험'인지는 그 자체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환경'이라는 무대 위에서 그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책에서 인용한 스티븐 제이 굴드의 비유는 이 점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물고기들이 아무리 물속 생활에 완벽히 적응했다 한들, 그들이 사는 연못이 마르면 결국 모두 죽음을 피할 수 없다." 특정 환경에서 최적화된 능력이라 할지라도 환경 자체가 변해버리면 그 가치는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습니다.
굴드가 던지는 메시지 앞에서 두 가지 삶의 태도를 생각해보았습니다. 어떤 이는 변화하는 세상에 발맞춰 내 안의 모습을 다듬으며 새로운 환경과의 조화를 찾아가는 유연함의 길을 걸을 것이고, 또 어떤 이는 자신의 고유한 빛깔이 가장 아름답게 빛날 수 있는 곳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거나 만들어가는 길을 모색할 것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이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품을 수 있는 마음, 그리고 상황의 결을 읽어 때로는 환경에 조화롭게 스며들고 때로는 나에게 맞는 환경을 주체적으로 찾아나설 줄 아는 유연함이 아닐까 합니다.
마무리하며
지난 글에서 이야기했듯, 우리가 어떤 경험에 스스로를 노출시킬지 의식적으로 선택하는 행위는 우리 뇌의 신경망을 재구성하는 강력한 힘을 지닙니다. 이는 단순히 외부 조건에 반응하는 것을 넘어, 어떤 행동과 생각을 '강화'하고 어떤 것을 '약화'시킬지 결정하는 능동적인 과정입니다. 지금 우리가 어떤 보상을 주는 경험을 선택하느냐가 미래의 우리를 빚어갈 씨앗이 되는 셈이죠.
결국 우리의 삶은 현재 어떤 환경을 선택/창조하고 어떤 의미 있는 경험(정수)을 쌓아갈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여정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어떤 보상에 진정으로 마음을 내어줄지 선택하고, 어떤 환경 속에서 가장 충만하게 존재할 수 있는지 알아차리는 것. 이 자기 이해의 과정이야말로,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 단단한 삶의 중심을 잡아가는 가장 중요한 열쇠가 아닐까요?
구독하시면 새롭게 담기는 이야기들을 가장 먼저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우리는 무엇에 이끌릴까?: 행동을 결정하는 보상과 환경의 힘 ('Seeking Wisdom' 1부 2장)
과거의 경험은 어떻게 현재의 우리를 만들까요? 경험이 행동을 강화하는 원리와 '정수'를 따르는 의식적 선택의 중요성을 알아봅니다. 더불어 환경의 영향력과 그 속에서 적응과 창조의 균형을 찾아가는 유연성을 탐구합니다.